(서평) 소년들의 섬 -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박호 | 기사입력 2019/02/25 [08:49]
(서평) 소년들의 섬 -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기사입력: 2019/02/25 [08:49] ⓒ 메디칼프레스
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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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이 왜 우리를 불편하게 할까?

 

소년들의 섬이라는 상투적인 제목과 함께 흑백으로 처리된 표지 디자인이 눈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표지에 나오는 여러 단어들. ‘선감도’, ‘지옥의 수용소’, ‘박정희’, ‘성폭력’, ‘일제’, ‘잔혹사이런 단어들이 여러 날 책을 펼치지 못하게 했다. 새로우면서도 전혀 새롭지 않을 이야기들. 아픈 과거를 살려낸 저자의 노력을 살펴보자는 마음보다 나를 또 무겁게 만들 책을 쳐다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앞섰다.

 

야만적 식민지 쟁탈시대와 ‘2차 세계전쟁’, 자본. 공산진영의 처절한 전쟁을 다 겪고, 그마저 부족해 군사독재, 저항, 투쟁, 투쟁, 희생, 희생, 탄압, 착취. 징글징글한 세상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단어들을 보고 또 봐야하는 우리들이다.

 

선감학원 얘기는 그 중 하나, 그 가운데서도 아주 구석태기 어딘가에 있었을 얘기일 것이다. 선감학원은 일제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박정희 정권이 이어받은 시설이다. 해방이 되어 시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일제와 독재정권은 깨끗한 도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부랑아를 잡아들여 선감도에 수용한다. 많이 봐온 이야기다. 멀리는 독일 아우슈비츠에서, 가까이는 소록도에서, 형제복지원에서.

 

이 이야기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피해자들도 돌이켜 기억해내고 얘기하는 것을 괴로워했다. 이 책은 그 피해자들의 이야기다. ‘선감학원이라는 야만적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학술적으로 정리한 책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고통 받았던 사람들이 한 얘기를 그대로 적은 책이다.

 

이민선 기자는 그들의 얘기를 긴 시간 동안 듣고 짧은 글로 만들어 나갔다. 같은 얘기도 많고 다른 얘기도 많다. 다른 것은 인물이고 같은 것은 겪은 일이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한다. 탈출을 실패하고 두들겨 맞는 장면도 모두 같다. 먹을 것이 없어서 흙을 파먹고, 뱀과 쥐를 잡아먹는 얘기. 원생들 간의 폭력. 폭력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간성. 심리학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여기 나온 사람들은 그래도 다행히 모두 수용소 이후의 삶을 살았다. 그렇지 못하고 죽어서 나오지 못한 아이들도 많았다는 것을 책은 여기저기서 알려 준다.

 

이민선 기자는 몇 가지를 얘기한다. ‘선감학원과 같이 사회정화를 위해 특정인을 수용하고 교화하려는 정책. 몇 명을 데려오라는 지시에 따라서 공무원, 경찰들이 마구잡이로 아이들을 잡아갔던 코메디 같은 공권력 행사.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간성 말살. 피해자들의 삶...

 

그 중 기자는 마지막 얘기에 집중한다. 피해자들이 선감학원을 겪지 않았다면 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하는 얘기를 저자는 책 곳곳에서 되풀이해서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다. 연대를 기술하고 사건과 그 의의와 그 결과를 나열하되, 역사의 주역을 권력으로 세우는 역사서와 달리, 그 사건에 파묻힌 한명 한명의 이름과 삶을 적어 나갔다.

 

그들의 아픈 삶을 읽는 고통만큼이나 불편함도 있었다. 부랑아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벌어지는 아이 납치사건들’, 글에서 보이지 않는 부모들의 애끓는 사연, 이들과 똑같이 학원에서 성장해서 나이가 먹고 힘이 세졌을 방장들의 폭행, 아이들의 탈출을 기다려서 종으로 부리는 섬 주민들, 돈을 주고 종으로 아이를 사가는 주민, 사회 모두가 한 통속이었다 것이 불편함을 짙게 만든다. 그뿐이랴. 마을에서 부랑아를 사라지게 해줘서 좋다고 생각했을 (?) 도시민들을 생각하면 더욱 불편해진다. 이 모든 것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이 불편함을 꼭대기에 올려놓는다. 우리 모두가 한 통속이었다는 사실이.

 

국가가 왜 필요할까?’ 하는 질문을 반복하는 저자의 마음이 읽힌다. 국가는 무엇일까? 이 질문과 함께 개인의 행복을 국가가 짖밟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한통속에서 빠져버리는 사람이 없게 하려면...

 

마약왕보다는 극한직업을 보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요즘, 저자는 불편한 책을 한 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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