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병, 방치하면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동의보감도 일사병을 얘기한다.

박호 | 기사입력 2018/07/24 [19:43]
칼럼
일사병, 방치하면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동의보감도 일사병을 얘기한다.
기사입력: 2018/07/24 [19:43] ⓒ 메디칼프레스
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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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pixabay     © 메디칼프레스-뉴스팀

해마다 여름이면 일사병으로 쓰러지고, 죽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스럽다. 찜통 차안에서 어린아이가 사망하고, 매일매일 더위에 사망자가 몇 명이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예전에는 힘든 시절을 얘기할 때 춥고 배고프다.’고 했다. 등 따시고 배부르면 걱정이 없다고 했다. 옛말이다. 옛날에는 더위보다는 추위로 고생했던 기억이 더 생생했나보다. 하지만 중노동에 시달렸을 머슴들이나 관청 공사에 끌려 다녔을 일꾼들은 한여름 뙤약볕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조선 시대에 수원의 화성 건축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정조의 지시로 일사병에 대비하는 약을 만들게 된다. 이 약을 척서단이라 한다. ‘척서단(滌暑丹)이란 더위를 몰아내는 알약이란 뜻이다. 더위 먹어서 호흡이 가빠지거나 열이 날 때 먹도록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일하다 쓰러지는 일꾼이 있었을 것이니 국가에서 대비책을 준비한 것이다. 임금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느냐고 감탄할 수도 있겠지만, 펄펄 끓는 여름 한 낮에 쓰러지지 말고 일할 수 있도록 약까지 만들었으니 마음이 짜안해져 온다.

 

요즘은 뉴스에서 온열질환, 온열병이라고 부른다. 이 때 말하는 온열질환은 일사병, 열사병이다.

 

동의보감에는 일사병과 열사병에 대한 얘기가 꽤나 길게 나온다. 하지에 열병을 앓는 것을 서병(暑病)이라고 했다. 서병에 걸리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차고, 목쉰 소리를 낸다. 갈증이 심하고, 말이 많아지며 땀이 난다, 기운이 없고 하혈을 하며 황달이 생기기도 하고 반진이 돋기도 한다고 했다. 심하면 경련이 일어나면서 정신을 잃고 사람을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했다. 때로는 오한도 나고 토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덥고 습한 환경에 있으면 체온이 오른다. 우리 몸은 항상 같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몸 안의 열을 빼내야 한다. 몸 속의 열을 빼내기 위해서 피부에 있는 혈관이 확장된다. 피부 쪽으로 피가 많이 돌게 되고 온도가 올라가면 땀이 나기 시작한다. 더울 때 나는 땀은 열을 식히는 일을 한다. 그래서 아이들 열이 올랐다가 열이 내릴 때 촉촉하게 땀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체온을 조절하려고 해도 계속 더운 환경에 있게 되면 몸의 체온조절기능이 망가진다. 체온은 계속 오르게 된다. 몸속 체온이 37도에서 40도 사이 일 때 일사병이라고 하고, 40도가 넘으면 열사병이라고 한다.

 

일사병에서는 땀이 많이 나서 탈수증상이 나타난다. 호흡이 빨라지고 토하고 싶어지며, 어지럽다. 쓰러지기도 하는데 일사병상태에서는 서늘한 곳으로 옮기면 바로 정신을 차린다. 위중한 상태는 아닌 것이다.

 

일사병 상태에서도 더운 곳에 있게 되면 체온 조절을 하는 장치가 망가진다. 몸속 체온이 40도를 넘으면 각종 효소가 기능을 잃는다. 수분이 다 빠져나가서 심한 탈수 증상을 보인다. 신장, 간장, 뇌도 문제가 올 수 있다. 급격한 간부전으로 황달이 오고, 뇌의 지능이 마비되어서 의식을 잃는다. 혈관이 손상되어서 출혈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니 열사병은 사망률이 매우 높다. 더위 먹고 사망하는 경우는 열사병으로 병이 넘어간 것이다.

 

이런 의학적 설명은 앞서 적은 동의보감의 내용과 거의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오래전 조상들은 여름에 벌어지는 몸의 변화와 병을 놀랄만큼 정확하게 관찰하고 대비했다.

 

열사병은 운동 중에도 일어난다. 군대에서 훈련 중에도 자주 일어나고,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젊은이가 사망하기도 한다.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욕탕 안에 30분이상 움직임 없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한 일도 있다. 체온이 오르는 것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일사병 증상이 보이면 무조건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옷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수분을 보충해주어야 하는데 맹물보다는 이온음료가 낫다. 땀으로 염분이 빠져나가서 염분도 같이 넣어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의식이 없거나 헛소리를 하고 있다면 그리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119를 불러야 한다. 열사병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무더운 여름날 더위를 피하거나, 일사병에 걸렸을 때 처치하는 방법이 무수히 나온다. 그 중 유명한 생맥산에 대한 얘기도 있다. 여름철에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생맥산을 마시라고 했고, 생맥산으로 더위를 쫓으라고도 했다. 생맥산은 인삼, 맥문동, 오미자, 이렇게 세 가지 약재만으로 만든 약이다.

 

근래에 와서 생맥산을 연구한 논문이 많이 나왔다. 탈수에 의한 열경련을 예방하고, 더위 속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며, 산소섭취량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게다가 강심작용이 있고 부정맥과, 급성심근경색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 약이다.

 

땀을 많이 흘리고 기운이 빠진 여름철에 복용하면 기운도 나고 수분도 보충된다. 여름철에 자주 마시면 더위를 이기고 더운 곳에서 피로와 갈증이 덜하게 된다. 게다가 인삼을 넣어서 기운도 나게 하니 여름철에 딱 맞는 약이다. 열체질이라면 인삼을 다른 약재로 바꾸어도 된다. 당삼, 사삼 등등 열이 적으면서 대신할 약재들이 있다.

 

얼마 전 한의원 직원들이 지친 것 같아서 생맥산을 달여 놓고 피로할 때마다 마시라고 했다. 냉장실에 넣어놓고 더울 때 마셔보면 더 좋은 음료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여름 들어서 직원들은 더 친절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글쓴이 : 박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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