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식혜도 약, 젖 말리는 효능 있어

맥아를 볶아 가루내서 끓인 물에 타 먹으면...'동의보감'

박호(한의사) | 기사입력 2012/12/09 [22:05]
칼럼
알고 보니 식혜도 약, 젖 말리는 효능 있어
맥아를 볶아 가루내서 끓인 물에 타 먹으면...'동의보감'
기사입력: 2012/12/09 [22:05] ⓒ 메디칼프레스
박호(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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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모유가 좋다하여 아이를 낳으면,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려고 애쓴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는 직장 내 여기저기 구석진 곳을 찾아 젖을 짜두었다가 집에 가지고 가서 먹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유와 젖을 번갈아 먹게 하고 그렇게 서서히 우유로 바꾸어주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다. 이후 이유식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씹는 음식을 먹이게 된다.

나는 엄마젖을 먹고 자랐다. 아니 나뿐이 아니고 그 시절에는 누구나 모유를 먹고 자랐다. 우유가 있지도 않을뿐더러 간혹 있더라도 너무 비싸 사서 먹일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먹어도 아주 오래 먹었다.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먹은 것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동생이 태어나니까 나는 이제 엄마젖을 먹으면 안 된다고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어느 한순간 나는 엄마젖을 끊었다. 그리고 엄마 젖은 동생의 차지가 되었다.

젖을 끊는다. 젖을 뗀다고도 했다. 아기가 얼마나 젖을 먹고자 했던지 젖 떼는 과정은 참 힘겨운 과정이었다. 젖을 떼는 엄마와 아기 사이에 치열한 투쟁이 오갔다. 내가 동생에게 넘기기 위해 아무 말 없이 젖을 끊은 것은 가장 쉽게 젖을 뗀 경우일 것이다. 사실이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내 기억에서는 그렇다.

그 당시 어떻게 젖을 떼었는지 전국적으로 조사하면 기발한 것이 많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엄청난 방법이 동원됐다.  젖을 떼기 위해 옷을 안 풀어 준다거나, 때리는 등의 방법이 모두 먹히지 않을 때, 젖에 마이신(mycin)이라는 약을 발르기도 했다.

마이신은 항생제를 말한다. 예전에는 눈다락지가 나도 마이신, 상처가 생겨도 마이신, 한마디로 만병통치약 같은 것이 마이신이었다. 약국에 가서 ‘마이신 주세요.’ 하면 구할 수 있었다. 항생제를 많이 처방하는 병의원을 공개하고 항생제 남용을 막으려는 현실에서 보면 참 위험한 시절이었다.

그 마이신을 아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아기에게 젖을 떼려고 가루를 내서 젖꼭지에 발랐던 것이다. 마이신은 무지 써서 아이가 입을 대면 자지러지게 울면서 물러난다. 이렇게 몇 번 하고 나면 아기는 엄마젖을 물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젖을 떼게 되니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차라리 쓴 한약재를 발랐으면 마이신보다는 아기에게 덜 해로웠을텐데 말이다.

요즘도 젖을 말리고 싶다고 찾아오는 환자가 가끔 있다. 어떤 것을 먹으면 좋은지 물어보는 환자도 있다. 아이가 이가 나서 모유 수유를 끊으려는 엄마도 있고, 젖먹일 때가 다 지났는데도 젖이 많아서 말렸으면 좋겠다는 아기 엄마도 있다. 

 
동의보감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無子飮乳 乳房脹痛 要消乳 麥芽 二兩炒 爲末 分作四貼 每用白湯調下

<젖먹이가 없는데 젖몸이 불어나면서 아플 때에는 젖을 나지 않게 해야 한다. 맥아 두냥(약 80그램)을 볶아 가루를 내어 4몫으로 나누어 한번에 1몫을 끓인 물에 타 먹는다.>

 맥아는 보리를 발아시킨 것으로 한약재로 사용한다. 발아시킨 보리를 태워서 가루를 내고 이를 끓인 물에 타 먹으면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인들에게 많이 쓴다는 사물탕이라는 약에 맥아를 넣어서 달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에 오는 환자 중에는 젖이 부족한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리고 젖이 부족한 경우가 더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젖을 말리는 쪽으로는 치료 사례가 적다. 그래서 풍푸한 임상례를 통해서 밝힐 수는 없지만 맥아를 넣고 한약을 달여 복용한 경우 젖이 주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맥아를 말린 것이 엿기름이다. 엿기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식혜다. 감주라고도 하는 것, 제사때나 명절이면 수정과와 함께 등장하는 것이 식혜다. 맥아가 효과가 있다면 식혜를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양방부인과에서도 젖을 말릴 때 식혜를 먹으라는 의사가 있다. 호르몬제 한방으로 젖을 말려주는 것보다 훨씬 인간을 사랑하는 처방이 바로 식혜다.

글쓴이 : 박호 (동의한의원 원장. 안양 중앙시장 동의한의원 사거리. 031-465-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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