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에 계곡 트레킹"...아침 가리골 여름

[종나미의 도보여행]칠월의 태양은 뜨겁고

박종남 | 기사입력 2012/07/2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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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맛에 계곡 트레킹"...아침 가리골 여름
[종나미의 도보여행]칠월의 태양은 뜨겁고
기사입력: 2012/07/20 [10:28] ⓒ 메디칼프레스
박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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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소개된 계곡 트레킹. 처음 접했을 때는 낯설었다. 허벅지를 넘어서는 계곡물에 온 몸을 맡기고 횡단을 하는 모습이 용감해 보였다. 젖은 옷과 등산화는 대책이 있을까 괜한 걱정을 하며 남의 일이라 여겼다.

해가 바뀌고 여름이 되자 시원함을 강조하는 계곡 트레킹은 서서히 나의 목표가 됐다. 하지만 거듭되는 산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숙제로만 남았던 계곡 트레킹이다. 몇 년간 꿈만 꿔 오던 계곡 트레킹이 사전 계획 없이 실행에 옮겨졌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에 일박을 하고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하는 일정에 합류를 했다. 7월임에도 방태산 자연 휴양림의 저녁기온은 서늘했다. 방태산 자연 휴양림 산책로를 걷다보니 일본잎갈나무 군락지가 시원하게 자리하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의 영향인지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했다.
 
 
▲ 방태산자연휴양림 계곡 폭포     ©종나미
▲ 아침가리골 트레킹 기점이 되는 방동 역수터    ©종나미

방태산에는 3둔 4가리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예부터 난을 피하여 숨어드는 오지를 말한다. 정감록에 난을 피하여 편히 살만한 곳으로 3둔 4가리를 꼽았는데 그곳이 바로 여기다. 둔은 펑퍼짐한 둔덕, 가리는 경작을 할 수 있는 땅을 말한다.

둔은 살둔, 월둔, 달둔이고 4가리는 아침가리, 연가리, 적가리, 명지가리를 말하는 것으로 실제로 이 지역들은 6·25 전쟁 때도 군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지냈다고 한다. 아침가리골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길고 깊다. 이 골짜기는 아침나절에만 밭을 갈 수 있다 해서 아침가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워낙 산이 높고, 계곡이 깊은 곳에 자리해 점심 숟가락 놓기 무섭게 해가 저문다 한다.

 
▲ 방동약수터에서 조경교 가는 산길     ©종나미

그래서 시작을 서둘렀다. 방동 약수터부터가 많은 이들의 트레킹 기점이다. 시멘트 길과 비포장 길이 번갈아 나온다. 자작나무 숲이 눈길을 잠시 앗아가고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개다래 잎의 은색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니 오르내리는 길이 힘든 줄을 모른다. 드디어 조경교를 만났고 계곡에 들어섰다.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긴 했지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칠월의 태양은 뜨거웠고 물에 비쳐 얼굴로 반사되어 피부를 여지없이 그을렸다. 계곡 양편으로 길이 나 있지만 어느 순간 끊어져 계곡을 횡단해야만 한다. 작은 가방에 핸드폰을 비닐에 싸서 넣고 단단히 어깨에 둘러맸지만 불안하다. 혹시나 발을 헛디뎌 물에라도 빠지면 스마트폰이 망가지기에 걸음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 계곡물을 횡단 하는 일행     ©종나미
▲ 맑은 물이 흐르는 아침가리골 계곡     ©종나미
 
처음에는 무릎 아래만 적시는 길을 찾아 건넜지만 허벅지 높이의 계곡물을 건너야 했다. 맑은 물이 주는 청량감은 축축한 젖은 옷이 주는 불편함을 잊게 했다. 다슬기도 곳곳에서 눈에 들어온다. 서너 줄기 무리지어 바위틈에 자라는 노루오줌은 자꾸만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준비해간 간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깊은 물에 스스로 온몸을 맡기기도 했다. 소싯적에야 낙동강에서 여름 한철 내내 살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서는 수영장 외에서 이렇게 맘껏 헤엄을 쳐 보기는 처음이다.

▲ 수시로 만나는 계곡 가의 노루오줌     ©종나미

이런 맛에 계곡 트레킹을 하는구나 싶었다. 옷과 신발이 젖는 것만 걱정하던 것은 해보지 않고 구경만 하던 시절의 기우였다. 여섯 시간의 트레킹은 진동계곡을 만나면서 끝이 났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은 의외의 기회에 이루어졌고 좋은 경험을 만들어냈다. 계곡 트레킹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시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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