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마약중독은 '경계성 성격장애'

교도소 보단, 중독치료센터나 치료보호센터를 늘려야

최재천 변호사 | 기사입력 2009/04/30 [11:48]
시민칼럼
연예인들 마약중독은 '경계성 성격장애'
교도소 보단, 중독치료센터나 치료보호센터를 늘려야
기사입력: 2009/04/30 [11:48] ⓒ 메디칼프레스
최재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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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화나.     © 편집부
얼마 전 출간된 <스타는 미쳤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독일 괴팅겐대학 의과대학 교수이자 동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로 재직 중인 보르빈 반델로(Borwin Bandelow)의 책입니다. 불안증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라고 합니다.
 
스타들은 자살이 아니더라도, 섹스 스캔들, 각종 중독, 극단적 행동양식 등에 시달립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자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지목합니다. 이런 장애를 가진 많은 스타들이 자해 성향과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열심히 노력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것이 곧 스타가 정상에 이르는 원동력입니다. 그러면, 스타들은 어떻게 해서 대중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요.

대중들은 자신들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 예를 들어 천박한 섹스나 파렴치한 행동, 공격성, 자아도취 등을 거침없이 해대는, 이런 극단적 성격을 가진 스타들의 행동으로부터 특별한 매력을 느낀다는 겁니다. 양면적 요소가 작용하는 셈이지요.
 
최근의 각종 ‘중독’ 사례만 몇 가지를 지적해 볼까요.
 
며칠 전 주지훈등 젊은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이 터졌습니다. 대마초 등 각종 마약사건에 연루된 연예인 사건은 인터넷 검색만 해보면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보고된 사례가 없습니다만, 외화 엑스파일(X-file) 시리즈 FBI 요원 멀더 역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섹스 중독증 사실을 고백해 화제가 된 적이 있지요.
 
지난 겨울이지요. 필리핀에 개설된 인터넷 도박장 사건이 한동안 유명 연예인들을 덮친 적이 있지요. 가톨릭 신부이시면서, ‘단(斷)중독’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대교구 허근 신부님이 계십니다. 신부님께서는 본인도 더 이상 숨기시지 않듯이 젊은 시절 알코올 중독에 빠지셨던 분입니다. 물론 저도 신부님께 간간이 혼이 나곤 합니다.
 
허근 신부님은 연예인이 마약중독에 빠져드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십니다.  ▲ 무대의 두려움과 긴장감의 해소 차원, ▲ 스타의식에서 밀려오는 위기감과 소외감, ▲ 상류층의 특권의식과 호기심, ▲ 숨겨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창작의 고통, 연기자의 연기 몰입을 위해) ▲ 소속사에서 가능성 있는 연예인에게 미끼로 마약 제공 등의 원인을 말씀하십니다.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보르딘 반델로가 말한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들이 드러나지요. 그런 측면에서 신부님의 분석이나 반델로 교수의 분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일까요. 반델로 교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스타들이 적절히 통제하고 조절할 수만 있다면, 남다른 인간적 매력과 성적 매력, 창조성, 성공을 향한 굳은 의지 같은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와 연합뉴스 황희경 기자의 서평을 참조하였습니다.)
 
허근 신부님께서는 연예인 마약중독 사건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 몇 가지 비판적인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첫째는 특종 보도에 급급한 나머지 언론들이 마약 연예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십니다. 둘째, 마약 범죄자에 대해 국가제도적 차원의 대책이 미비하다, 이를테면 지나치게 단속위주이고, 전과자만 양산하는 구조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정책, 의료, 제도의 정립을 얘기하십니다. 특종보도에만 신경 쓰는 언론의 중립적 시각을 주문합니다. 지나치게 과민하고 과잉성 있는 각종 보도들이 연예인을 영원히 낙인찍고 만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연예인을 지켜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연예인들은 잘못을 당당하게 시인하고 ‘약물’이 아닌 ‘진정한 노력’으로 안정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주문하십니다. 제가 공부하고 강의하는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두 가지만 결론내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과도한 낙인의 위험성입니다. 연예인의 이마에 지나친 색깔과 깊이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부 황색언론의 태도에 대해 시민들이 좀 더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처벌이 아닌 보호가 필요합니다. 구금이나 일시적 격리가 아닌, 치료가 필요합니다. 범죄자라는 인식보다는, 치료 혹은 종합적 처우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 즉 범죄자 보다는 환자라는 측면으로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교도소를 늘리기 보단, 중독치료센터나 치료보호센터를 늘려야 합니다. 범죄자라기 보다는 피해자, 혹은 환자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각종 장애를 극복하고 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예술인으로 우리들의 일상과 함께 해주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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